영화 변호인 /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여러분의 귀염둥이 유라줌마가 돌아왔어요.
너무 오랫만에 쓰는 포스팅이라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 떨려옵니다.
최근에 영화 변호인을 보았어요. 저 요즘 사랑에 빠져있는데요. 그분과 함께 본 세번 째 영화에요.
첫번째 영화는 "그래비티" 였어요. 만나고 바로 초반에 보았던 영화라 둘이 어색어색 돋으며 보았답니다. 그래비티의 웅장함과 우주의 고요함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어요. 동적이기 보다는 정적이었던 영화. 놀랍게도 그 영화 끝날 때 쯔음에는 눈물이 흐르기도 하였답니다. 참으로 멋있었던 영화에요. (처음 같이 보아서 더 좋았다는 건 비밀 소근소근) 두번 째로 같이 본 영화는 "인시디어스 두번째 집" 이었어요. 아... 이 영화 정말... 슬프게 하네요. 사실 킬링타임용으로 선택해서 보러 간건데, 개망작. 시간 때우기로도 아깝다는 생각 했어요. 영화가 너무 어처구니 없는 공포영화라서 막 황당하고 당황스럽고... 둘 다 똥씹은 표정으로 스크린 보다 나왔네요. 그나마도 심약자인 저는 이따위것을 보면서도 깜짝깜짝 놀라고 움찔움찔 했다는 게 참으로... 에휴...ㅋㅋ
세번째로 같이 본 영화가 바로 "변호인" 입니다. 영화관이 답답해서 둘다 더워하며 보면서도, 손에 땀이 나도록 손 잡고 보았답니다. 하하하 (자랑이에요 소근소근) 영화 보는 내내 엄청난 몰입도를 자랑했는데요. 그럴 수 밖에 없는 영화였어요. 무려 127분 동안 그 많은 관객들이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끔 만드는 영화더라구요. 저는 문화적 지식도 낮고, 영화 평론가도 아니기에 전문 지식으로 평가할 수 없어서 연출이니 기획이니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는 없겠으나... 딱 하나 감동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배우들의 연기였습니다. 물론 믿고보는 송강호의 연기였지만^^* 정말이지 엄청난 연기력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울다가, 웃다가, 아주 그냥 막 그냥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게끔 만들더라구요. 배우 한명한명 모두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섬세하고도 강렬한 연기에 매료되어 아직도 여운이 깁니다. 정말 귀에 쏙쏙 박히는 사투리도 한 몫했지요. 이렇게 맛깔나게 사투리를 듣고나면 나도 모르게 쓰고있더라구요?ㅋㅋㅋ 영화 변호인은 우연인지 노림수인지 모르겠으나 대선 1주년인 12월 19일에 영화를 개봉했어요. 개봉 당일에 영화관에 사람들이 많이 몰릴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 그렇더라구요? 그리고 이 날은 대선 1주년 집회가 있기도 했지요. 대선 이후에 1년동안 지속적으로 끊이지 않은 집회가 있었던 것은 사상 초유에 일이라고 하네요.
사진출처 : http://www.polinews.co.kr/news/article.html?no=193925 우연이든, 노림수이든 대선 1주년인 12월 19일에 영화 변호인이 개봉했고, 많은 사람들은 영화관에서 감동을 같이 나누었고, 또 많은 사람들은 시청으로 집회에 나갔었지요.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오늘이 무슨 날이지? 그냥 목요일이구나 싶었을 거에요.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고, 받아들이기 나름이고, 또 행하기 나름인 듯 합니다. 저는 집회에 나갈 체력이 되지 않아, 몸이 동하지 않아 마음도 동할 수 없어 영화관에 있었습니다. 수만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느껴지는 이 영화를 보고나서 울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 변호인은 서거하신 노무현 전대통령님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이들이 슬퍼했으리라 생각됩니다. 간단히 영화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1980년대 초, 빽 없고 돈 없고 가방끈 짧은 세무 변호사는 부산에서 부동산 등기를 다루는 업무를 선택했고 그의 사무실은 손님이 끊이지 않게 바빠졌습니다. 그는 승승장구 하며 부산에서 제일 잘나가는 변호사로 이름 날립니다. 매일 돈을 쓸어가듯 돈을 벌어들였습니다. 그러다 이 나라의 제일간다고 보는 대기업의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으며 전국구 변호사 데뷔를 코앞에 두었습니다.
그는 7년 전, 법조인이 되기 위한 공부를 하다가 서적은 모두 서점에 팔아버리고 고된 일을 하며 삶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가난했던 그가 자주 가던 단골 국밥집이 있었는데 돈이 없던 그는 국밥집에 밀린 외상값을 내지 않고 그냥 도망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길로 다시 책방을 찾아 자신의 책을 찾고, 공부합니다. 그렇게 성공하여 변호인이 되었지요. 그리고 현재 그는 이제야 벌이가 좀 되니 가족들과 함께 그 국밥집에 가서 그때에 못드린 외상값을 드리려 합니다. 국밥집 아주머니는 됐다며 오래 된 빚은 이렇게 덜렁 갚는 게 아니라 두고두고 갚는 것이라고 하며 이해해주고 안아줍니다.
그는 그 후로 계속 국밥집에 매일같이 오게 됩니다. 그런데 우연히 국밥집 아들이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국밥집 아들은 현재의 언어로 이야기 하자면, '청년들이 모여서 책을 읽는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요. "빨갱이 집단" 이라며 잡혀가게 됩니다. 불온 서적을 읽었다구요. 나중에 재판에서 송변이 이렇게 대응합니다. 이 책들은 일반 서점에서 살 수 있는 책이고, 최고대학이라는 서울대학에서도 추천도서입니다. 최고대학에서 불온서적을 추천했다면 이 곳들도 불온단체라는 소리인데, 판사님 검사님 불온 단체 나오셨는데 우예된겁니까?
고문 당하는 장면도 나오는데, 디테일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저는 그것마저도 마음이 아파 못보겠더라구요. 재판에 서게 됩니다. 국밥집 아주머니는 송변을 찾아와서 제발 변호인이 되어달라고 합니다.
오랜 친분이 있던 국밥집 아줌마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할 수가 없어서 구치소 면회만이라도 도와주겠다고 나선 송변입니다. 하지만 그 곳에서 만난 국밥집 아들의 믿지 못할만큼 초췌하고 병든 모습에 송변은 충격을 받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회피하기 바빴던 사건을, 돈만 밝히던 송변이 맡기로 결심합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임하게 되고, 그 과정을 다룬 영화입니다.
저는 80년대에 존재하지 않았으나, 그 시절에 내가 존재했더라면 나는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싶었어요. 권력이 무식하게 폭력적이어도 내 의지를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외칠 수 있었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과연 나는 그럴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을 나에게 한 것 자체가 실망스러웠습니다. 고민했다는 거니까. 또한 굳이 80년대로 내려갈 것도 없이 요즘, 현재의 나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현재는 민주주의를 무시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폭력적이고 무식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집회에 나가고, 어떤 이들은 파업을 하고, 어떤 이들은 자해를 하고, 어떤 이들은 글을 쓰고, 어떤 이들은 노래로 외칩니다. 그런데 나는 무얼 하고 있는가? 나는 집회에까지 나갈 체력이 되지 않는다는 핑계로 영화관에 있었던 것은 아닌가. 영화 변호인을 보며 느꼈던 것이 또 하나 있는데요. 예전에 영화 "26년"을 보면서 느꼈던 것을 또 다시 느꼈어요. 민주주의는 무시하고 폭력적이고 무식한 권력을 휘두르는 작자들이 (영화 변호인에서는 최경감) 왜 끝까지 그렇게 살아가는가에 대한 생각이지요. 이들이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자신의 죄와 잘못된 정권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를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것들을 인정하게 되는 순간 자신의 삶과 자신의 과거, 자신의 모든 것이 잘못 된 것으로 부정되어 지는 것을 견디지 못해서 일 거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영화 변호인에서 재판 중에 최경감을 송변이 심문하던 중에 최경감이 이렇게 말합니다. "왜 내게 이것들에 대해 묻느냐. 나는 국가가 시키는 대로 했다." 라고 말할 때에 눈에 눈물이 고여있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경감의 눈에 고인 눈물이 제가 생각한 그런 것들을 담아낸 연기 일수도 아닐수도 있겠으나, 저는 그렇게 보고 싶습니다. 그에 대해 송변은 이렇게 답합니다. "국가요? 당신이 말하는 국가가 뭡니까?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참 멋지죠? 이게 진실입니다. 운동권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지요. 달걀로 바위친다고 바위가 깨지겠느냐고. 이 영화는 이렇게 답합니다.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것이요, 달걀은 아무리 약해도 산 것이니 바위는 부서져 모래가 되지만 달걀은 깨어나 그 바위를 넘는다. 참 무섭던 것이... 판사, 검사, 변호사, 기자... 모두가 그 권력 하나에 다같이 이리 휘둘, 저리 휘둘리고 있더라구요. 진짜 무섭게도! 그리고 사실 멀리 갈 것도 없지요. 우리네 현 삶도 그러하니까요. 이 시간, 이 곳도 그러하니까요. 영화에서 또 하나 감동이었던 부분은! 송변의 동창생인 기자 친구가 비겁하게 고개 숙이고 삶을 연명하다가 마지막 부분에는 사상대로 움직이던 부분이었어요.
이처럼 조금씩 달걀들이 모여서 바위를 내리쳐가는게 아닐까요? 영화 변호인은 정말 명대사도 많네요. 데모를 한 사람이 천벌 받으면, 그 데모를 하게 만든 사람은 무슨 벌을 받아요? 이 대사도 참 기억에 납니다. 법조인이 되기위해 공부하는 이들이 공부가 어렵고 힘들어서 지쳐갈 때에 헌법 제 1조 1항을 읽으며 힘이 난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주워들은 적이 있는 듯 해요. 이렇게 어마어마한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를 감히 포스팅 해보았습니다. 스포하고 싶던 것도 아니고, 떠벌리고 싶던 것도 아니고, 설득하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렇게 어마어마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영화를 내가 보았다는 것은 꼭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두, 불편하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우선 모두 이 영화를 보고, 그 다음에 다시 이야기 나눠보고 싶습니다.